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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부터 그랬다. 태어나면서부터 영 틀려버렸다.
다음에 혹시 태어날지 모르는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모를 아직 생기지도 않은
딸만 있는 집에 막내에게 남자 이름을 지어주면 다음엔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기괴하고
눈치 없는 어른들은 ‘득찬아 밥 먹어라’ ‘득찬아 공부해야지’ ‘가득찬 배가 가득찼냐? 크크..킥...’ 이렇게 내 이름을 풀버젼으로 불러대며 놀려대기까지 했었다. ‘아! 차라리 촌스러워도 그런 이름이고 싶다. 휴~’ 첫째언니는 희진 둘째언니는 희수 셋째언니는 희영 넷째언니는 희라 내 이름은 ‘득찬’... 우리 집에 대해서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딸만 다섯인 집에 딸들의 이름을 ‘아! 결국 다섯 번째는 성공을 하셨군요?’ 또는 뭐...전자건 후자건 도대체 알 수 없는 건...아니 난 알고있지만... 딸만 낳은 우리엄마의 고충이나 할머니의 말도 안되는 한숨이나.. 이름 때문이었을까? 신기하게도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들이 하는 놀이에 즐거움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. 매일 하루가 멀다하고 동네에 있는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노느라 집에 들어올 때쯤이 되면
그 때의 내 얼굴은 내 자신이 보기 민망 할 정도로 불만이 가득 찬 상태였다. 언니들하고 어울려 놀거나 동네 친구들과 놀 때에도 내 정체성과 존재감은 두 개의 얽힌 실타래처럼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가끔 나를 위로한다고 한마디를 하시곤 했다. ‘찬아 그래도 너만 나랑 같은 돌림자를 쓰는구나..허허’ 아버지는 늘 자상하게 말씀을 많이 하는 분은 아니었지만 ‘가득찬’은 뭔가 꽉찬 느낌의 이름인데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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